1. 소개
안녕하세요, 전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생 임정민입니다. 저는 올해 9월부터 영국 University of Edinburgh의 MSc Speech and Language Processing 과정에 진학할 예정입니다.
언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일에서 출발하여 자연어처리 분야로 관심을 넓혀 왔습니다. 저는 저자원 언어 처리와 다국어 자연어처리에 관심이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언어를 더 잘 이해하는 AI를 연구하는 리서치 사이언티스트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해외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면서 정보를 찾는 과정이 쉽지 않았기에, 이번 수기를 통해 제가 학부 시절 어떤 공부와 활동을 했고, 대학원 진학 준비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해외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는 후배님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 영어영문학과에서 출발한 진로 고민
처음부터 자연어처리와 인공지능 분야를 명확히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지만, 학부 진학 전부터 기계 번역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당시 신경망 기반 번역기가 문장의 맥락을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번역하는 모습을 보며,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제가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해 언어와 번역을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 중 하나였습니다.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한 뒤에는 영문학과 언어학을 중심으로 공부하며 언어에 대한 관심을 넓혔습니다. 특히 하나의 문장이 화자의 태도, 맥락,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점을 배우며, 언어가 의사소통 수단이자 사람의 사고와 관계를 담고 있는 체계라는 점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이후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하면서 언어와 번역의 문제를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계 번역에 대한 관심과 영어영문학과에서 쌓은 언어적 감각을 바탕으로, 자연어처리와 음성언어처리 분야로 관심을 확장해 왔습니다.
3. 학부 때 했던 공부와 활동이 진학에 준 도움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학부 시절의 경험이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연결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영어영문학과에서 경험한 읽기, 글쓰기, 비판적 사고 훈련은 해외 대학원 지원 과정과 연구 분야를 정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먼저 영어 원서와 영어 자료를 꾸준히 읽어온 경험이 큰 강점이 되었습니다. 해외 대학원 지원 과정에서는 프로그램 소개, 지원 요강, 교수진 연구 분야, 논문, 강의 자료 등을 대부분 영어로 읽어야 합니다. 자연어처리와 인공지능 분야 역시 주요 자료가 영어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영어 텍스트에 익숙했던 점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글쓰기 경험은 SOP, Personal Statement, CV를 작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해외 대학원 지원에서는 자신의 문제의식과 앞으로의 공부 방향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과 수업에서 에세이를 작성하며 글의 구조와 논리를 고민했던 경험과 영어영문학과 English Writing Center에서 튜터로 근무하며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익힌 경험은 지원서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큰 기반이 되었습니다.
문학 수업을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배운 것 역시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여러 작품을 읽으며 인물의 행동, 사회적 배경, 시대적 맥락을 함께 고려해 해석하고자 노력했고, 이를 통해 하나의 문제를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는 태도를 기를 수 있었습니다. 이후 대학원 진학뿐만 아니라 제 삶 전반에도 큰 영향을 주었으며, 자연어처리를 공부할 때도 모델의 오류를 언어 구조와 맥락의 문제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들과의 상담과 교수님께서 해 주신 조언들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상담 시간에 진로에 대한 고민과 현재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교수님들께서 다양한 가능성을 알려주시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제가 새로운 분야로 확장해 나가는 데 든든한 기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4. 자연어처리와 인공지능으로 관심을 확장하기까지
영어영문학과에서 언어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면, 컴퓨터공학 복수전공은 그 관심을 실제 기술과 연구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프로그래밍 자체가 어렵다기보다, 새로운 전공 지식을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쌓아가야 하는지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알고리즘, 인공지능, 자연어처리 등을 공부하며 언어를 모델이 어떻게 처리하고 표현하는지에 점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연어처리를 공부하면서 저는 AI가 문맥, 구조, 뉘앙스, 문화적 차이를 얼마나 잘 반영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특히 한국어의 조사, 어미, 높임 표현, 생략과 같은 특징이 모델의 예측과 오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며, 언어학적 감각과 공학적 분석을 함께 활용하는 연구를 더 깊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졸업 전후로는 인공지능 리서치 부트캠프에 참여하며 인공지능과 자연어처리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논문을 읽고 리뷰하며 모델의 구조와 실험 방식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자연어처리 프로젝트를 통해 관심 분야를 조금 더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들은 SOP와 CV를 작성할 때도 중요한 소재가 되었습니다.
또한 재학 기간뿐만 아니라 졸업 이후에도 다양한 공모전과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는 경험을 쌓았습니다. 대학원 지원 과정에서 이러한 활동들은 수상 경력에 그치기보다, 제가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언어, 데이터, 사회 문제를 연결해 보려 했던 경험은 자연어처리 연구자로서의 방향성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5. 해외 대학원 진학 준비 과정
해외 대학원 준비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학교마다 요구하는 서류와 마감일이 다르고, 프로그램별로 강조하는 부분도 달랐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1. 연구 분야 선정 및 학교 선정]
가장 먼저 한 일은 연구 분야를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원은 특정 분야의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곳이기에, 저는 제가 정말 오래 고민하고 싶은 주제가 무엇인지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자연어처리, 특히 저자원 언어 처리와 다국어 자연어처리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컴퓨터공학, 인공지능, 자연어처리, 음성언어처리 등을 키워드로 학교와 프로그램을 조사했습니다. 학교를 정할 때는 대학의 전반적인 평판과 함께, 제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와 교육과정이 얼마나 잘 맞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교수진의 연구 분야, 제공 과목, 석사 과정의 성격, 졸업 후 진로 등을 함께 비교하며 지원 학교를 정리했습니다.
[2. 어학 시험 및 추천서 준비]
해외 대학원에 지원하려면 TOEFL이나 IELTS와 같은 영어 시험 성적이 필요합니다. 학교와 학과에 따라 요구 점수가 천차만별이라, 가능한 빠르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시 준비가 늦은 편이었기 때문에, 방학과 부트캠프 기간을 활용해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추천서 준비도 중요한 과정이었습니다. 해외 대학원 지원에서 추천서는 지원자가 어떤 태도로 공부해 왔고, 대학원 수준의 학업과 연구를 수행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저는 평생지도교수님과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들께 추천서를 부탁드렸고, 그 과정에서 제가 해온 공부와 앞으로의 목표를 다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흔쾌히 도와주신 교수님들께 지금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3. SOP 및 CV 작성]
SOP와 CV 작성은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 과정이었습니다. SOP는 학교마다 요구하는 내용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에, 각 학교의 문항과 프로그램 특징을 따로 정리하며 작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많은 활동을 나열하기보다 이 활동들이 어떤 문제의식으로 이어졌고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 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V는 지원자가 지금까지 해온 활동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문서입니다. 저는 수상 내역과 프로젝트 경험을 중심으로 정리하되, 어떤 문제를 발견했고 어떤 방식으로 분석하고 해결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학부 시절 영어 글쓰기 경험과 지난 경험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는 능력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6. 진학을 준비하며 느낀 점
처음에는 대학원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대학원에 간다는 것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어떤 질문을 붙잡고 공부할 것인지 선택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진학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느낀 것은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연구하고 싶은가”를 깊이 생각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더 나아가, 언어를 이해하는 AI가 다양한 언어와 사용자에게 더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질문이 있었기 때문에 대학원 진학이라는 선택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후배님들께는 먼저 자신이 오래 붙잡고 싶은 연구 질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학원은 단순히 공부를 이어가는 곳이라기보다, 하나의 주제를 깊이 탐구하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진학을 결정하기 전에는 관심 분야가 무엇인지뿐만 아니라, 그 분야 안에서 어떤 문제를 오래 고민하고 싶은지도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7. 마무리
여러 학교와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University of Edinburgh의 프로그램이 제가 현재 공부하고 싶은 방향과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자연어처리, 음성처리, 언어학, 머신러닝을 함께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학부 때부터 이어온 언어와 기술에 대한 관심을 더 구체화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어영문학과에서 보낸 시간은 제 진로의 출발점이자 중요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영어를 읽고 쓰는 능력은 어느 분야로 나아가든 강점이 될 수 있고, 언어를 공부하며 기른 사고력과 해석력은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영어영문학과에서 언어를 깊이 바라보는 법을 배웠고, 그 관심을 자연어처리와 음성언어처리 분야로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후배님들께는 대학 생활 동안 다양한 수업과 교내 및 대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공 수업에서 배운 개념, 글을 쓰며 고민한 과정, 교수님들과의 상담, 대외 활동과 프로젝트 등에서 얻은 문제의식은 이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학부 생활 동안 좋은 수업을 듣고, 여러 활동을 경험하고, 교수님들께 많은 조언과 응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영어영문학과에서 배운 언어적 감각을 바탕으로, 다양한 언어와 사용자를 더 잘 이해하는 AI를 연구해 나가겠습니다.
